로데에 관한 성경 기록은 사도행전 12장의 단 세 절뿐이다(행 12:13∼15). 그녀는 마가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집에서 이것저것 심부름과 잔일을 하는 계집아이다. ‘로데(Rhode)’라는 이름의 뜻은 ‘장미’이다. 아마도 장미처럼 아름답고 예쁘게 살아가라고
지어준 이름일 게다.
구속사(救贖史)의 무대 위에서 로데라는 장미 소녀가 맡은 역할은 아주 간단하다. 베드로가 출옥하였을 때
마리아 집 대문을 열어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앙증맞은 장미 소녀 로데는 그 간단한 배역조차 실수하고 만다.
베드로가 대문 밖에
서서 “문 열어 다오.” 하면서 급히 문을 두드리자 대문까지 나온 로데는 베드로의 음성인 줄 알면서도 도로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베드로가
대문 밖에 서 있어요.”라고 기쁘게 외친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열어 주지는 않았다. 헤롯의 군사들이 베드로를 뒤쫓고 있을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렇게 로데는 하나님을 놀라게 하는 실수를 했다. 그런데도 전혀 밉지 않은 성경의 앙증맞은 개구쟁이가 바로 장미
소녀 로데이다.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 순수한 믿음
마가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에 성도들이 모인 것은 베드로의 출옥을
위해 다 함께 모여 하나님께 합심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열심히 기도했다. 그런데 막상 베드로가 출옥하여 마리아 집 대문
앞에 섰을 때 그 음성을 듣고 아무런 의심 없이 베드로인 줄 믿은 사람은 장미 소녀 로데뿐이었다.
베드로의 출옥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던 어른들은 “베드로가 대문 밖에 서 있어요.”라고 로데가 말했을 때 오히려 로데를 꾸짖었다. “네가 미쳤구나.” 하면서 말이다. 장미
소녀 로데는 어른들의 불신이 오죽 답답했을까? 그래도 기죽지 않고 힘써 말한다. “참말이에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믿음을
위하여
그렇다! 로데의 말은 참말이었다. 그 시간 베드로는 천사의 구출로 감옥이 아닌 분명 마리아 집 대문 밖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오직 순수한 어린아이의 신앙을 가진 로데에 의해서만 받아들여졌다. 믿음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원대한 이상도 아니고 심오한 주제도
아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다.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순백의 눈송이와도 같은 것이다. 장미 소녀 로데처럼 믿고 바라는 바를 그저
순수하게 믿는 것이다. 오늘 우리들도 그런 믿음을 갖자. 그런 믿음으로 믿자.
김영진
<성서원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