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학교 음악치료사반/리더십자료

영적 리더십, 문화와 관계 있다

늘찬양 2006. 11. 15. 09:40

 영적 리더십, 문화와 관계 있다
 
-김광건  - 
 
 
 
주목받는 영적 리더의 모습은 왠지 각 시대마다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인물들의 모습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한 의지의 가부장적 리더가 많았지만, 요즘은 현명한 경영자나 친근한 연예인의 모습이 많은 것 같다.

기독교 리더십, 생각보다 탄력적이다
세상을 일반 사회와 기독교 공동체로 이분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서로의 상호 관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양분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해본다. 리더십 문제에서 사회의 리더십 패러다임과 기독교의 리더십 패러다임 사이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력이 이동하고 있는가? 다시 말해, 양자간에 리더십의 패러다임은 어떤 인과 관계를 갖고 있는가?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다. 아쉽게도 기독교의 리더십 패러다임은 분명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크리스천 리더십에 대해 성경적으로 딱 부러지게 제시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성경이 기독교 리더십에 대해 명시적이 아닌, 암시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말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리더십의 스타일에서 그러하다. 예를 들면, 리더십의 십계명이나 리더십의 9가지 성령 전략들이 성경에 뚜렷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리더십은 권위주의이면 안 된다거나 자유방임주의가 더 도덕적이고 영적이라는 일반적 원칙(universal principle)을 찾을 수 없다. 단지 그 리더가 처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에 매우 탄력적인 리더십 유형이 요구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궁여지책으로 여기저기서 리더십의 원칙이란 것을 찾는다. 즉 누구나 그 원칙대로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확실한 원칙을 말이다. 이것은 리더십의 이론들 중에 행동 이론(behavioral leadership theory)에 근거한다. 이 이론의 전제는 리더란 어느 특수한 인물이라기보다 어떤 행동과 스타일을 취할 때 그것으로 인해 리더십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 원하는 목적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자동판매기와 같은 리더십의 행동 원칙들에 갈급하게 된다. 그리고 ‘리더십의 무슨 무슨 법칙’이나 어느 성공한 인물의 습관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영적 리더는 곧 깨달을 수 있다. 성경은 이를 친절하게 팩키지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튼 많은 목회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리더십의 스타일을 차용하거나 사회 문화의 조류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암암리에 당연시해 온 리더십 스타일이 세속적인 영향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싫건 좋건 일반 사회에서 리더십 행동 패러다임을 빌려오거나 지대하게 영향을 받아 왔거나 지금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리더십의 스타일이라는 리더십 행사 방법에서 기독교 목회 리더십(Christian pastoral leadership)이 세속 리더십(secular leadership) 문화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각자 리더십의 목적과 가치는 다르다고 본다. 하지만 이상적인 리더의 조건, 특성, 리더십의 실행 양태 등이 당시 문화와 시대 정신에 의해 영적 리더십이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민주화와 포스트모던 시대에 민주적 리더십 스타일과 탈권위적 리더, 그에 준하는 리더가 이상적인 모델로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대 상황에선 그렇지 않았다. 전근대적 시대, 심각한 위기 상황, 개발도상국가 등에선 권위적이고 업무지향적인 강력한 리더가 선호되었다. 모든 예를 다 들 수 없지만, 우리나라 초대 교회 때의 영적 지도자들은 당시에 익숙했던 유교 가부장적 리더십 스타일을 많이 유지한 것 같다. 아니면 독립 투사의 스타일이나 그 후에 군대 사령관의 스타일 등의 색깔을 많이 나타냈다. 그러나 지금은 보다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비권위적인 스타일이 유행한다. CEO나 교사 스타일이 꽤 선호되고 있다.
이것은 현재 한국의 경제나 정치 등 각 분야에서 선호되고 있는 유형이다. 분명히 세속 리더십 패러다임과 영적 리더십 패러다임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때마다 목회 리더십의 스타일도 그 사회에 준하는 모양으로 바뀌면서 적용되고 있다. 그것이 일부러 그랬는지 어쩌다 그랬는지 알 수 없다. 아마 둘 모두 원인일 수도 있다. 그때마다 리더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황화(contextualization)했을 수도 있고, 부지 중에 리더십 문화에 동화(assimilation) 되었을 수도 있다.

사회 문화에 영향 받는 목회 리더십, 다시 생각하기
한국 교회사에서 목회 리더십이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례 중에 하나를 생각해 본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한국 목회 리더십이 부지불식간에 사회로부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이 바로 군사 문화(militarism)다. 리더십의 측면에서 보면 군사 문화에 독특한 개성을 많이 엿볼 수 있다. 상명하복, 일사분란, 고도의 업무지향성(high task-orientedness), 구조적 권위주의(institutional authoritarianism), 위계 질서, 기계적 효율성, 전투적 성취주의, 극단적 이원론(피아식별) 등이 군사 문화의 특성들이다. 군사 문화적 리더십은 한국 기독교 리더십이 사회로부터 받았던 가장 큰 영향력 중에 하나다. 이런 모습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교회와 리더들에게 많이 남아 있었다.
이것은 우리 시대에 효과적인 리더십이었기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간 것일 수도 있고, 당시에 소위 ‘듣고 본 게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그런 리더십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만일 목회 리더십의 원리로서 군사 문화적 리더십의 스타일을 보인다면,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일이다. 그것은 리더십의 원리가 아니라 문화이다. 리더십은 많은 부분이 문화적 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는 하버드대학의 문화 인류학자 페이(Pye) 교수의 말대로 각 나라나 지역 문화에 따라 ‘리더의 파워’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리더의 의사 결정 권한에 대한 이해에서 잘 드러난다고 한다. 서구 특히 미국에서 파워란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으로 여겨지는 반면, 아시아에선 ‘의사 결정이라는 문제들을 부하들에게 맡기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한’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이다(Pye, Lucian W. Asian Power and Politics, Belknap Press, 21) 이 학자가 기여한 것은 파워에 대해 합법화 과정, 그로 인해 발생되는 리더십의 스타일, 행사 양태 등을 다양한 문화 중에 하나로 보게 한 점이다. 그리고 우리도 한 때 군사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 리더의 파워와 리더십을 이해한 것이다.
어떤 목회자들은 매우 과묵하고 무표정하며,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질서와 획일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것들을 역학 구도와 승패의 개념으로 본다. 이는 리더의 말투, 행동, 설교, 회의 진행, 의사 결정 등 여러 방법으로 나타난다. 이런 리더를 보면 어떻게 느끼는가? 리더의 본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설명이 안 된다. 바로 어떤 문화의 영향력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격과 주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런 문화가 많은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립적이거나 무비판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런 문화는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고 본받게 하며, 이런 문화적 유형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한동안 한국 사회를 주도했던 군사 문화, 그리고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군생활 등이 한국 교회에서 군사적 리더십을 보편화하는 데에 기여했다.
그동안 한국의 개발 상황에서 여러모로 크게 기여한 것이 군사 문화였다. 그런데 목회 리더십에서 군사 문화는 과연 괜찮은 것일까? 물론 군사적 리더십을 윤리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간단히 판단해선 안 된다. 그러면 우리가 군사적 리더십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황적 접근이다. 군사 문화를 리더십 스타일에서 문화적 요소로 보고(원리적 요소가 아님) 평가하는 것이다. 개발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군사 문화가 효율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군사 문화적 리더십으로 한국 교회를 이끌어 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 지금도 문화 문화가 유용한가?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적 상명 하복은 통하지 않는다. 일사분란 업무 지향과 오로지 목적 성취라는 가치로 조직에 동기를 부여하긴 어렵게 되었다. 그렇게 단순한 수직적 지휘 개념이나 아군과 적군이라는 이원론으로 이끌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 다원화되었다. 특히 경직된 권위주의는 사회만이 아니라 교회 내에서도 염증을 느끼게 한다. 이제 업무 지향성보다 관계 지향성, 의지보다 감성, 효율성보다 보람, 권위보다 돌봄, 명령보다 섬김의 본(本), 획일성보다 다양성의 존중, 위계 질서보다 형제 의식, 투쟁보다 포용, 강직함보다 부드러움 등이 현대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즉 상황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효율성의 측면에서 탈군사 문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영적 공동체에서 군사적 리더십은 원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더 이상 적절한 리더십의 모델이 아니다.

한국 교회, 새로운 문화의 옷이 필요하다
한국 교단에 군사 문화가 많이 없어진 것 같지만, 일부에서 그 잔재는 아직도 남아 작용하고 있다. 담임 목사가 부목사를 대하는 방식, 설교 스타일과 주제, 회의를 진행하고 의사 결정하는 과정, 행사 진행 방법, 과도한 훈련 지상주의, 교역자가 평신도를 이끄는 방법, 지나친 위기 의식, 교회의 층층시하 계급 구조, 목표와 성취에 대한 결사적 착념, ‘안되면 되게 하라’주의 등에서 군사 문화의 모습을 보인다. 한마디로 교회는 군대가 아니다. 이 시대에 지나친 군사 문화는 조직의 목적 때문에 사람이 희생될 수도 있고 실용성 때문에 감성이 희생될 수 있는 옛 문화에 불과하다.
사회와 교회 간에 영향력을 주고받는 인과관계가 있다. 특히 목회 리더십의 행사 방법은 그 시대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리더십 스타일은 문화적이다. 영적 리더십도 문화와 관계를 갖는다. 그래서 당시에 지배적인 문화가 바뀌면 영적 지도자들도 그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즉 그런 리더십 스타일도 문화였으니 어제의 문화를 버릴 수 있어야 하며, 시대 상황이 바뀌면 그에 맞는 새 문화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문화가 아무리 그 시대에 효율적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동화되는 경우에 세속화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목회 리더십의 군사 문화는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 목회자는 군복을 벗어라! 한국 교회의 목회 리더십은 새로운 문화의 옷을 입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