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학교 음악치료사반/음악치료학

알콜 및 약물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치료

늘찬양 2006. 11. 14. 09:47
알콜 및 약물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치료 | 음악치료 2006/07/2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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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블로그 >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
원본 http://blog.naver.com/dool74/70003935443

김미진/ 음악치료사, 축령정신병원 음악치료사

 

급속한 현대화와 더불어 점점 더 증가하는 알콜 및 약물 중독환자들은 전세계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알콜 및 약물중독현상은 점진적이고 만성적인 병리적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환자가 갖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이해하여,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이며 장기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알콜 및 약물 중독은 한 개인의 유전 또는 환경적 요소로 인한 심리, 정신, 신체, 행동 전반에 걸치는 복합적 병리현상이다.

 

음악치료는 복합적 병리현상을 둘러싼 심리근원적인 문제들과 행동의 장애를 이해하고 다루는데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치료사가 근무했던 뉴욕의 브롱스레바논병원센터의 알콜 및 약물중독환자를 위한 재활치료병동을 모델로, 이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3주 입원과정의 이 재활병동은 해독화병동(DETOXIFICATION UNIT)에서 알콜 및 약물의 신체적 해독을 거쳐 극심한 초기 금단증세로부터 어느정도 완화가 된 환자들이 보다 근원적인 심리, 행동치료를 원할 경우 옮겨지는 곳이다.

 

다른 특수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여러 분야의 임상전문가들로 치료팀이 구성되는 이 단기 재활과정은 기본적으로 알콜 및 약물중독환자들에 대한 초기단계의 심리치료와 행동수정 프로그램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환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개인 또는 그룹치료와 상담에 참여함으로써 알콜 및 약물에의 의존성과 관련한 자신의 내면문제와 그에 따른 삶 전반에 걸친 장애를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에 맞는 긍정적인 현실대처방식을 재형성하게 된다.

 

한 개인이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결핍요인으로 인하여 건강하고 정상적인 자아발달을 이루지 못했을 때 그는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되고 그것을 원만하게 감당해낼 수 있는 자아의 능력을 불신한다. 따라서 이러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면 아무도 자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완고한 불신적 전제하에 외부세계와의 관계에서 엄청난 부적응을 경험한다. 이 경험들은 견고한 자아를 갖지 못한 이에게는 마치 존재를 위협하는 것과도 같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다. 그러므로 이 고통스러운 내면적, 외부적 현실을 불식하고 잊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들의 음주와 약물남용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단계를 넘어, 미혹적 쾌락에로 필사적으로 몰입하고, 이 몰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다가 마침내 이것이 항상 지속되어야만 하는 만성적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술과 약물을 이제 막 중단한 환자들은 갑작스럽게 직면하게 된 자아동질성의 혼란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불안하고 긴장되어 있는 상태이며 다양한 심리방어기제를 통하여 이 고통으로부터 회피하고자 한다.

이것은 치료과정에서 개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나 행동으로 표출된다. 음악치료의 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경우 환자의 이 강박적 도피성향은 그의 음악적 표현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은 그 한 예이다

 

알콜 및 코카인 중독환자 R

20년이 넘는 알콜 및 코카인 중독으로 브롱스레바논병원의 재활병동에 입원한 R은 41세의 흑인 남자 환자이다. 그는 입원한지 며칠 되지 않아 그룹음악치료 세션에 처음 참여했다. 마침 그룹 구성원들은 며칠 후에 있을 어머니날을 두고 이에 관련된 자신의 기억과 느낌,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R은 무슨 이유인지 시종일관 유난히 침울하고 적의에 가득찬 모습으로 대화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채 창 밖 쪽을 바라보며 혼자 앉아 있었다. 한번은 아예 일어나서 창 쪽으로 걸어갔다 오는 등 매우 긴장되고 불안한 듯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이 보였다. 음악치료사인 본인이 R에게 입원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지내기가 어떻냐고 묻자 R은 흠칫 놀라더니, "누구요, 나요, 아, 썩 좋습니다."하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 어조나 얼굴표정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역력히 나타냈다.

 

어머니에 대한 대화를 하던 중 한 여자환자가 'AMASING GRACE'라는 노래를 느리고 잔잔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룹 멤버들이 함께 화음을 맞추어 허밍으로 노래부르게 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이 노래는 잔잔하고 진한 감동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노래와 바로 연결되어 악기를 이용한 조용하고 느린 즉흥연주가 이어졌다.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서 잠시동안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그룹 둘레를 서성이며 안절부절 못하던 R은 악기연주가 시작되어 그 잔잔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카우벨(쇠로 된 납작한 종모양의 라틴계 타악기, 특정한 리듬과 조화되어 적당한 강도로 연주되지 않으면 매우 신경질적이고 자극적인 쇳소리가 남)을 집어들고 그룹연주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들리지도 않던 그의 카우벨 연주는 갑작스럽게 그 강도가 세어지고 박자와 리듬 또한 전체음악에서 벗어나더니 마침내 격렬하고 무절제하며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쇳소리로 변했다. 이에 다른 그룹멤버들은 연주를 계속할 수 없어 중단했고 이 중 한명이 R을 향해 그런 무례한 행동이 어디 있느냐며 공격했다. R은 오히려 큰소리로 깔깔 웃더니, "음악이 너무 조용하다 못해 지루해서 다들 졸게 될 까봐 깨우려 했을 뿐이오."라고 냉소적이며 적대적인 어투로 말하고는 세션을 나가버렸다.

 

무엇에 관해서 인지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R의 내면에는 자신과 남에게 개방하고 싶지 않은 감정적 에너지가 쌓여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룹 멤버들이 어머니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연주했던 노래와 그 이후의 잔잔한 기악연주는 이렇듯 외면하고자 애쓰는 R의 내면을 자극, 불안과 긴장을 초래했던 것이다. 마치 잔잔한 음악을 소멸시키려는 듯한 R의 강박적이고 무절제한 음악의 표출은 그가 이 위협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인가를 보여준다.

 

팀회의를 통해 R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중 R의 담당 카운셀러는 R과의 첫 면담에서 가족간의 문제를 물었을 때 그가 아무 문제없다고 일축해 버렸으며 재활과정에서 선택사항으로 주어지는 가족상담세션 또한 완강히 거절했다고 한다. 다만 R이 9개월 전 아내와 사별했으며, 동거하다 헤어진 양친을 가출하여 독립한 20대 초반의 딸 하나와 19세와 16세된 아들 둘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며칠 후 담당 카운셀러는 R에게 자식들 - 특히 가출한 채 아버지와 상대하기를 거부하는 큰딸-과의 가족상담세션을 재권유했다고 한다. 이때 R은 화를 내며 아내가 암으로 죽었을 때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아버지라고 하여 그 죽음을 아버지의 탓이라 비난하고 아예 상대하지 않으려는 자식들 따위는 필요 없다고 했다.

 

어째서 아내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 R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다고 살아납니까? 다 잊으려고 약이나 맞았죠." 하더란다. 카운셀러의 이야기를 들은 치료사는 과거 20여년 동안 자기 삶과 주변을 돌보지 않고 술과 약물에만 의존해 오던 R이 이제 아내를 잃은 현실에 직면하여 갖는 죄책감과 자기질타가 감당하기 어려웠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R이 표출하는 자식들에 대한 격심한 분노는 일종의 투사이며 실은 견딜 수 없는 자기분노에 대한 대체구실을 하는 것이다. 아내를 잃은 슬픔, 고통과 자책감의 현실로부터 도망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던 R에게 앞의 세션에서 연주되었던 음악은 견디기 어려운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음 음악치료 그룹에 참여한 R은 더욱 불안정하고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긴장된 모습이었다. R은 봉고를 집어들고 만지작거리더니 가만히 그것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리듬을 주의 깊게 들으며 치료사와 다른 그룹멤버들도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 강도가 세어지고 박자와 속도가 빨라지며 다른 사람들의 연주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자신만의 연주에 몰입하는 R을 보면서 치료사는 그가 다시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술과 약물에 취해 몰입했듯이 지금은 음악을 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불안과 긴장은 무의식화 되었다가 이제 음악을 빌려 필연적으로 빠져 나오기 시작한 R의 심리현실들이 그것을 회피하려는 의식과 마찰되는 과정에서 발생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의 치료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세계로의 도피적 몰입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이 음악적 상황 안에서 R이 두려워하는 내면적 감정을 동질적으로 표현하고 동시에 그것을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R이 자기 도피적 폐쇄와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치료사를 비롯한 그룹 안의 타인들과 음악적으로 재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감정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음악적 유도가 필요했다.

 

치료사는 피아노 앞에 앉아 매우 간단하면서도 뚜렷한 기본 화성진행의 패턴(Cm-B♭7-A♭7-G7)을 느린 행진과 같은 일정한 박으로 반복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피아노의 기본화성진행으로 연주된 강하고 느린 박은 마치 전체 음악의 공통분모와도 같이 다른 멤버들의 연주뿐 아니라 R의 달아나는 듯한 연주에도 일정한 기본박을 제공했다. R은 달아나는 듯한 연주를 하다가도 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본박을 느끼고서 잠시 멈추어 박자가 맞기를 기다렸다가 강박이 오는 첫화음(Cm)부터 다시 함께 연주하기 시작하는 등, 서서히 외부세계의 연주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것을 자신의 연주와 맞추어 갔다. R은 이 느린 기본박의 틀안에서도 여전히 많은 세부적 리듬을 매우 센 강도로 연주하고 있었다. 이 강렬한 R의 음악적 에너지는 어느덧 다른 멤버에게도 퍼져 그들의 연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기본박을 바탕으로 한 전체 그룹연주는 멤버들 간에 화합되어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연주가 끝난 후 다른 그룹멤버들이 연주가 좋았다는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손바닥을 내밀자 R은 밝은 표정으로 이를 마주친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내밷듯이 말했다. 치료사가 그의 말을 인용해 스트레스가 쌓였었느냐고 묻자, R은 "가슴이 답답했어요."라고 대답했다. 무엇에 대해 쌓였었느냐는 한 그룹 멤버의 질문에는 그저 "모든 것이요"하고 답했다. 몇몇 그룹 멤버들이 이에 끄덕이며 동의했다.

 

3주간의 재활치료 기간동안 R은 가족상담치료만은 끝내 거부했다. 그러나 퇴원 후 치료를 중단하겠다던 초기의 생각을 바꾸어, 18개월 과정의 외래환자를 위한 장기 치료를 희망하여 계속하여 치료를 받았다.

 

 

                                                                                          출처:권혜경 음악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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